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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골목#04] 비가 내리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교회오빠:이경한] 댓글 3건 조회 1,177회 작성일 13-04-04 12:18

본문

또 비가 내린다.
비가 유난히 많이 내리는 여름인지, 벌써 계절은 가을로 가고 있는지.
바람도 점점 거세지고,
떨어지는 빗방울도 굵어지고 있기에,
누군가는 빗소리에 잠 못드는 밤일테고,
다른 누군가는 잠 못드는 밤에 유난히 비가 내리는 것일테다.

어린 시절부터 비오는 날을 좋아했다.
군청색의 2단 자동 우산.
혈액형의 특성 상, 가방 속에는 그날의 날씨와 관계없이 그 우산이 항상 들어 있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도, 오지 않는 날에도 날 위해서는 가방에서 꺼내본 기억이 없다.
하교길에 소나기라도 쏟아지는 날이면 가방을 끌어앉고 비는 그냥 맞으며 걸었다.
방수가 되는 가방으로 바뀐 뒤에는 그저 걸었다.
학교와 버스 정류장, 버스 정류장과 집은 그렇게 멀지도 않았다.
그 시절에는 다른 길로 가거나 일부러 반대 방향의 버스를 탈 용기같은 건 없었으니까.
회수권의 여유도 없었다.
가방 속 우산은, 혹시나 비에 당황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그런 사람이 있었다하여도 그들을 위해 우산을 꺼네줄 용기도 없었다.
그저 나도 우산 없이 길을 가는 사람인 양, 그렇게 걸었던 기억들이 있다.

그렇게 비에 익숙해질 수록, 비가 더 좋아졌다.
그렇게 비 소리에 익숙해질 수록, 맑은 날, 평범한 날들은 나에게서 의미를 잃어갔다.
비를 좋아한다고 계속 반복해서 말하고 다녀서 비가 좋아진 것일 수도 있지만.
어느 소설 속의 말처럼, 모두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좋아한다 말하니, 나 하나 쯤은 흐리고 비 내리는 우중충한 날을 좋아해야 하지 않을까?
비도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으려고 내리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 감성 골목에서 길을 잃다. 네번째 이야기

찬양
시와 그림 - 바람을 따라서

댓글목록

lo엔젤ve님의 댓글

lo엔젤ve 작성일

  비가 오네요...비가 오는 날은 햇님이 없어요...비오는 소리도 들리네요 주룩주록...예수님을  처음 만났을때 눈에 눈물이 고여 콧물도 고여 힝

lo엔젤ve님의 댓글

lo엔젤ve 작성일

  경한님? 잘 지내시네요...반갑씁니다^^ㅎㅎ

교회오빠님의 댓글

교회오빠 작성일

  한국은 봄으 재촉하는 비가 온다고 하네요~ 럽앤젤님 반갑습니다:) 저는 잘 지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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